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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건축을 이끈 대표 건축가들

by wasabi-soso 2025. 8. 9.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

건축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늘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닿습니다. 누군가는 기술을 먼저 떠올리고, 또 누군가는 예술성을 이야기하죠. 사실 둘 다 맞습니다. 시대마다, 그리고 건축가마다 바라보는 관점이 전혀 다르니까요.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개성이 강한 다섯 명을 골라봤습니다. 안토니 가우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자하 하디드, 노먼 포스터, 렌조 피아노.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람들입니다. 각자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구조적 특징, 그 속에 담긴 생각, 그리고 설계 과정까지 살펴본 다음, 마지막엔 서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아마 읽고 나면 ‘건축’이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안토니 가우디 – 곡선과 상징, 그리고 조금은 집착에 가까운 디테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면, 어느 길로 가든 가우디의 손길이 묻은 건물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중 압도적인 존재감은 역시 사그라다 파밀리아죠. 1882년에 시작한 공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 ‘가우디가 얼마나 완벽주의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직선을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나무줄기처럼 솟아오른 기둥, 바람결에 흔들리는 듯한 창문, 심지어 계단마저 물결 모양으로 구부려 놨죠. 이 곡선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구조적으로도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숲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줍니다. 종교적 상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둥 하나, 창 하나에도 성경 속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설계 과정에서는 역중력 모형 같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실험을 반복했고, 이 덕분에 자유로운 곡선 구조가 가능했습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 자연과 집을 이어주는 다리

라이트의 건물을 보면 ‘여기에 집이 있어도 될까?’ 싶은 위치에 있곤 합니다. 대표작 낙수장이 그렇죠. 폭포 위에 그대로 얹힌 것처럼 보이는데, 실은 철근콘크리트 캔틸레버 구조로 땅과 물, 집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룹니다. 라이트는 수평선을 강조하는 설계를 즐겼습니다. 넓게 뻗은 처마, 개방감 있는 내부 구조, 그리고 거실에서 바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창. 이런 설계 덕분에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흐려집니다. 그는 건축을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생태계로 보았습니다. 설계 기법도 세심했죠. 건물 위치를 지형에 맞춰 조정하고, 나무나 돌 같은 자연 재료를 적극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건물은 시간이 지나도 주변 풍경에 스며듭니다.

자하 하디드 – 흐르는 건축, 틀을 깨는 디자인

자하 하디드의 건물을 처음 보면 ‘이게 진짜 서 있는 건물 맞아?’ 싶은 생각이 듭니다. 광저우 오페라 하우스나 런던 수영 경기장을 보면 직선은 거의 없고, 곡선과 비정형 구조가 뒤엉켜 있습니다. 물이 흐르듯, 혹은 바람이 지나가듯 보이죠. 이 복잡한 형태를 가능하게 한 건 3D 모델링과 파라메트릭 디자인 같은 첨단 설계 기법입니다. 하디드의 건축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움직임과 시선을 유도하는 조각품에 가깝습니다. 그녀는 ‘형태의 자유’가 단지 예쁜 모양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공간의 의미 자체를 바꾸는 힘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덕분에 하디드의 작품을 경험한 사람들은 단순히 건물을 ‘본다’가 아니라, 그 안을 ‘흐른다’고 말하곤 합니다.

노먼 포스터 – 기술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노먼 포스터를 빼놓으면 현대 건축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는 런던의 더 거킨처럼 독특한 외형과 뛰어난 친환경 성능을 동시에 가진 건물을 만들어 왔습니다. 경량 구조, 고성능 유리, 자연 환기 시스템 등 기술적인 요소를 조합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합니다. 단순히 예쁘게 짓는 게 아니라, ‘이 건물이 50년, 100년 후에도 쓸모 있을까?’를 늘 고민하는 사람이죠. 설계 단계부터 BIM, 풍동 실험 등을 도입해 바람과 빛의 흐름을 분석하고, 건물의 형태를 최적화합니다. 그래서 포스터의 건물은 기능성과 심미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렌조 피아노 – 빛으로 쓰는 건축

렌조 피아노는 건물에 들어서기 전부터 ‘빛’을 어떻게 쓸지 계산합니다. 퐁피두 센터에서는 구조를 과감히 드러내고, 내부로 최대한 많은 빛을 끌어들였습니다. 더 샤드에서는 유리 파사드를 통해 도시 풍경과 하늘빛을 실내로 스며들게 했죠. 그는 투명성과 개방감을 무엇보다 중시합니다. 건물은 도시와 대화를 나누는 존재여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입니다. 설계 기법에서는 고투명 유리, 모듈화 구조, 지속가능한 자재 사용이 기본입니다. 덕분에 그의 건물은 시대가 변해도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환경과 더 잘 어울립니다.

마무리 – 다섯 가지 길, 하나의 목적

가우디는 자연과 종교적 상징을, 라이트는 자연과 집의 조화를, 하디드는 형태의 자유와 실험성을, 포스터는 기술과 친환경을, 피아노는 빛과 공간의 대화를 보여줬습니다. 다섯 건축가의 철학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는 목표죠. 현대 건축의 미래는 한 가지 스타일로 귀결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이런 다양한 철학이 공존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향으로 나아가겠죠. 그래서 우리도 건축을 바라볼 때, 단순히 겉모습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생각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