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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건축

by wasabi-soso 2025. 8. 10.

퐁피두 센터 사진

렌조 피아노(Renzo Piano)는 ‘빛의 건축가’라는 별명이 잘 어울립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 빛이 어떻게 공간 속으로 들어와 사람들의 감각을 바꾸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화려한 장식보다 간결하고 정직한 구조를 선호하지만, 그 안에 따뜻함과 여유를 담아냅니다. 이번에는 렌조 피아노의 대표작 다섯 곳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건물 안에서만이 아니라, 그 주변과 도시 속 맥락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 거꾸로 된 건물

파리 한복판에 서 있는 퐁피두 센터는 멀리서 보면 마치 공사 현장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보통 건물 내부에 숨기는 파이프와 구조물들을 모두 밖으로 꺼내 놓았기 때문이죠. 파란색은 공기, 녹색은 물, 노란색은 전기, 빨간색은 이동 경로를 나타냅니다. 외관이 이런데도 전혀 지저분하지 않고, 오히려 도시 풍경 속에서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부 전시를 보고 옥상에 오르면, 파리 전경이 한눈에 펼쳐져 ‘아, 이 건물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런던 더 샤드(The Shard) – 하늘을 찌르는 유리 조각

런던 브리지 역에서 고개를 들면,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바로 더 샤드입니다. 낮에는 유리 표면이 하늘빛을 받아 부드럽게 반짝이고, 밤에는 불빛이 건물 속에서 흘러나옵니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런던의 스카이라인이 360도로 펼쳐지고, 강과 도시의 관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건물 자체가 랜드마크인 만큼, 런던 여행에서 빼놓기 힘든 장소입니다.

뉴칼레도니아 장 마리 치바우 문화센터(Jean-Marie Tjibaou Cultural Centre) – 전통과 현대의 만남

남태평양의 뉴칼레도니아에 있는 이 문화센터는 조금 특별합니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나무나 전통 초가집 같은 구조물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현대적 소재와 정교한 설계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렌조 피아노는 이곳에서 현지 전통 건축의 형태를 존중하면서도, 통풍과 채광을 극대화하는 현대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걸어 다니면 바람이 건물 사이를 스치고, 햇빛이 목재 틈으로 부드럽게 들어옵니다. 그 느낌이 참 인상 깊습니다.

뉴욕 모건 도서관·박물관 확장(Morgan Library & Museum Expansion)

뉴욕에 있는 모건 도서관은 원래 고전적인 석조 건물이었는데, 렌조 피아노가 이를 확장했습니다. 그는 기존 건물의 중후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유리와 강철로 가벼운 공간을 덧붙였습니다. 두 건물 사이의 아트리움은 햇빛이 은은하게 들어와 책과 예술품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시간도 건축 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슬로 아스트룹 피어른리 미술관(Astrup Fearnley Museum of Modern Art)

노르웨이 오슬로의 해안가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바다와 건물이 마치 한 몸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지붕은 돛처럼 기울어져 있고, 목재와 유리가 어우러져 차갑지 않은 현대 건축을 보여줍니다. 미술관 안에서 작품을 감상하다가 창밖을 보면, 바다 위에 빛이 반짝이고 배가 천천히 지나갑니다. 전시를 보는 경험과 자연 풍경을 감상하는 경험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여행 팁과 마무리

렌조 피아노의 건축은 화려한 장식 대신 재료와 빛, 공간의 관계를 통해 감동을 줍니다. 그래서 그의 건물을 여행할 때는 ‘천천히’ 보는 게 좋습니다. 하루에 여러 곳을 다니기보다, 한두 곳을 골라 시간을 충분히 보내세요.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이 바뀌면, 같은 공간이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렌조 피아노는 “건축은 사람을 위한 프레임”이라고 말했는데, 그의 건물 안에 서 있으면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