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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미학의 중재자 노먼 포스터의 건축

by wasabi-soso 2025. 8. 9.

더 거킨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는 현대 건축에서 ‘기술과 미학의 중재자’ 같은 인물입니다. 그는 첨단 기술과 친환경 철학을 건물 속에 녹여내며, 도시와 사람,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왔습니다. 그의 건축을 보면 ‘미래적인데 따뜻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단순한 외관 설계가 아니라 생활 방식까지 고민한 결과입니다. 이번에는 노먼 포스터의 대표작 다섯 곳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살펴보며,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건축적 특징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런던 시청사(City Hall) – 기울어진 구형의 도전

런던 템스 강변을 걷다 보면, 한쪽으로 살짝 기운 듯한 유리 돔이 보입니다. 바로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런던 시청사입니다. 처음 보면 “왜 이렇게 기울었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이유가 설계 철학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태양광을 최대한 활용하고, 냉·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울기라고 하죠. 내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런던 시내가 360도 펼쳐집니다. 유리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보는 강과 도시 풍경은, 마치 건물 자체가 도시를 품고 있는 듯한 기분을 줍니다.

더 거킨(The Gherkin) – 런던의 유리 오이

정식 명칭은 ‘30 세인트 메리 액스(30 St Mary Axe)’지만, 런던 사람들은 그냥 ‘더 거킨’이라고 부릅니다. 건물 모양이 오이를 닮았기 때문이죠. 유리 패널이 나선형으로 배치되어 햇빛이 실내 깊숙이 들어오면서도 눈부심은 최소화됩니다. 안에서 바라보면, 유리와 금속 프레임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꽤나 멋집니다. 특히 해질녘, 건물 표면에 주황빛이 스며드는 순간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이 건물은 런던 스카이라인을 바꾼 상징적인 프로젝트로, 멀리서 볼 때보다 가까이에서 디테일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홍콩 HSBC 본사 빌딩 – 개방성과 투명성의 상징

홍콩 중심가에 서 있는 HSBC 본사 빌딩은 단순히 은행 건물이 아닙니다. 노먼 포스터는 이곳에 ‘투명한 금융’을 상징하는 설계를 적용했습니다. 건물 외부에 구조를 드러내고, 내부에는 넓은 아트리움을 만들어 빛과 공기가 자유롭게 흐르도록 했죠.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진 공간감은 마치 건물 속에 또 다른 공원을 만들어 놓은 듯합니다. 홍콩의 빽빽한 도심 속에서 이 정도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건물은 흔치 않습니다. 주말에는 건물 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모여 쉬거나 공연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 – 하늘과 강을 잇는 선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연결하는 보행 전용 다리, 밀레니엄 브리지는 노먼 포스터의 섬세한 디자인 감각이 잘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강 위에 살짝 걸쳐진 은빛 선 같은 이 다리는 걸을 때 발밑이 가볍게 울리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처음 개통했을 때는 바람과 보행 진동 문제로 잠시 문을 닫았지만, 보강 공사를 거쳐 현재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보행이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해가 질 무렵, 다리 위에서 강물과 도시의 불빛을 동시에 보는 순간이 가장 좋았습니다.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 – 사막 속의 미래 도시

아부다비 외곽에 위치한 마스다르 시티는 ‘탄소 제로 도시’를 목표로 설계된 야심찬 프로젝트입니다. 노먼 포스터는 이곳에서 재생 에너지, 스마트 교통, 친환경 건축을 모두 결합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서도 시원한 바람이 불도록 골목을 설계하고, 태양광 패널을 도시 전역에 설치해 전력을 자급자족합니다. 이곳을 걸어다니면 마치 미래 영화 세트장에 온 것 같지만, 모든 설계가 실제 생활을 고려한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여행자에게는 조금 먼 여정일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도시의 모델을 직접 보는 경험은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여행 팁과 마무리

노먼 포스터의 건축을 여행하며 느낀 점은 ‘첨단 기술이 차갑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금속과 유리를 사용하면서도, 사람들의 생활과 환경을 고려하는 설계를 합니다. 런던, 홍콩, 아부다비 등 세계 각지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니, 여행 계획을 세울 때 해당 도시의 건축 투어를 함께 넣어보길 추천합니다. 건물을 멀리서 바라본 뒤, 꼭 안으로 들어가 걸어보세요. 그때 비로소, 기술과 공간이 사람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